8월 28일 수요일 달리기 기록 - 왜 굳이 이렇게 달려야해?

곽은진
2024-08-31

우리 조상님의 지혜라고 굳게 믿었던 절기, 처서 매직도 올 여름 무더위 앞에서는 별 수가 없었던지 무지하게 더운 한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 수요일도 마찬가지. 아침엔 좀 선선한가 싶어, 한낮의 무더위를 간과한 내 잘못이려니.

이날의 숙제를 하기위해 호기롭게 대낮 한시- 늘 혼자 달릴 때면 찾는 한강으로 발걸음을 향했고, 나간지 5분만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래도 뭐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달리기를 시작. 하필 50분 지속주라니. 시작은 했으니 뛰어는 보자. 싶은 마음에 이주의 포커스 '케이던스'만을 생각하며 한발 한발을 내딛었다.

5분 40초, 5분 50초, 6분, 6분 10초대로 페이스가 오락가락했던 걸보니 뜨거운 태양 아래서 뛰는게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케이던스는 초반 3키로 지점부터 잊은지 오래였고, 온몸을 타고 흐르는 미끌미끌한 땀에 엉겨 붙은 머리카락, 무릎 뒤 오금과 팔 접히는 안 부분에 고인 땀, 그날따라 무겁고 답답하기만 한 모자 등, 성가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보니, 오직 드는 생각은 '나는 왜 굳이 이렇게까지 달리고 있는걸까?' 라는 스스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육체적 고통 끝에 찾아오는 쾌락의 맛일까, 어려운 걸 해냈다는 성취감일까, 아니면 정말 인간의 믿도끝도 없는 객기와 오기가 동기가 된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4키로가 5키로가 되고, 5키로가 6키로가 되다가, 50분 지속주 목표에 다 다르고 있었다. 

50분을 채울때 까지도 뾰족한 대답은 내지 못했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저 이 달리는 행위 자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만족감을 얻는 다는 것은 분명했다. 어쩌면 본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땀이 나서 불쾌해지는 것, 더위로 지치고, 다리에 피로가 쌓이는 것 등 뛰어서 좋을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뛰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찰나이지만 그 땀을 식혀주는 한강변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라던가, 더위를 아주 잠깐 가려주는 조그마한 그늘이라던가, 무거운 다리지만 내딛을 때 느껴지는 내 안의 힘 같은 것들이 얼마나 이 힘든 행위를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지.

달리고 나서야, 아마도 내가 굳이 달리는 이유는 평소에 느끼지 못한 작은 것들을 알아채기 위한게 아닐까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낮에 더위 속에 뛰어보지 않으면 저 태양이 그렇게나 뜨거울 수 있는지 모르는 것 처럼 삶 속에 놓치기 쉬운 것들을 들어다보는 재미가 바로 내가 달리기를 즐기는 이유이자, 만족감의 원천인 것이다.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