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까지 달려가기는 처음인데

권혁진
2024-08-30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나갈 준비를 하며 한참 고민했다. 강남에서 사람들과 클라이밍을 한 후, ‘집까지 뛰어갈까, 말까?’ 생각했지만, 솔직히 이날은 정말! 달리기! 싫었다! 몇 번이나 우리 집 고양이 ‘꾸리’에게도 뛰기 싫다고 투덜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고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달리기 싫어!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안 뛸 거야?!’


결국, 나는 처음으로 강남에서 망원까지 뛰어 집에 가는 경험을 했다. 나는 아침 일찍이나 아주 늦은 시간에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행을 갈 때도 내가 여행한 도시를 달려본다. 사람들이 북적이던 그곳도 아침 일찍 달리면 아무도 없어 좋다. 마치 그 공간을 온전히 느끼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서울은 다른 여행지와는 조금 다르다. 사람이 없어도 도시는 계속 바쁘게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낮이든 밤이든, 서울은 언제나 반짝이며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어젯밤에도 한강을 따라 달리며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름다웠다. 역시 모든 건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처음 긴 거리를 달릴 때는 ‘언제 도착하지?’ 싶었는데, 어제는 생각보다 금방 도착한 것 같았다. 달리면서 생각해보니, 아마 익숙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모르는 곳으로 갈 때는 멀게 느껴지지만, 그곳에서 다시 돌아올 때는 금방 도착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싫던 달리기도, 그렇게 밉던 서울도 이제는 익숙해진 것 같다. 이제는 달리기도, 서울도 내가 많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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