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나를 잘 알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십 대 초반엔 종이 한 장을 놓고 나에 대한 모든 것들을 적어보곤 했다. 장점과 단점.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사랑하는 것과 혐오하는 것. 지금 다시 작성하면 그때와 얼마나 다를지 조금 궁금해졌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숨이 멈추는 그날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누군갈 마주 보고, 대화하고, 싸우고, 안아주고, 표현하고, 응원하고, 서로 사랑하고. 나에 대해 더 잘 알아야 결국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아마 그렇게 빈 종이를 채우는 짓을 했는지도 모른다.
신체의 모든 부위는 기억할 가치가 있다. 모든 인간의 몸은 보존해야 마땅하다. 이토록 여리고 연약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올가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민음사(2022)
인간은 연약하다. 수많은 장기들이 서로 연관돼 있고 그래서 하나라도 고장 나면 골치가 아프다. 머리가 지끈거리면 오늘까지 해야 하는 일도 망치고, 발목을 살짝 삐면 출퇴근길 지하철을 타는 것조차 곤욕이다. 몸이 이렇게 연약하니 정신은 말할 것도 없다. 심신일여.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그러나 연약한 정신은 건강한 몸도 물렁하게 만든다.
나는 건강한 정신에 줄곧 관심이 많았고, 가끔 건강하고 가끔 연약한 몸뚱아리를 가졌지만 정신만큼은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줄곧 자부해왔다. 나를 잘 아는 것 또한 이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태껏은 타고난 기질, 새로운 환경에 들어설 때마다 늘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던 인복, 그리고 나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가족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그 이유라고 생각했다. 물론 주된 이유는 그렇지만 7년 전부터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지속적인 운동은 이를 더 극대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증명하듯 주위의 몸을 부단히 움직이는 무리들 중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내 삶의 단조로운 루틴 속에도 크고 작은 잡념은 항상 존재했다. 회사에서의 일과 주변 이들 간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 파장은 나의 단단한 루틴의 기반을 기어올랐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도 수천 년간 지속되는 물방울에 금이 가는 법이고, 나는 나의 기반이 흔들리기 전에 먼저 몸을 움직였다.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고 내리기도 했고, 숨이 넘어가도록 빠르게 달릴 때도 있었으며, 주변 소리와 풍경을 맞으며 느리게 달린 적도 많았다. 빠르게 달릴 때면 내 귀에 들리는 거라곤 오로지 요동치는 심장 소리라 머릿속에 들어오려던 잡념들이 들어올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느리게 달릴 때면 인자한 스님이 열어 놓은 사찰마냥 그것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오도록 가만두었고, 긴 시간을 그렇게 길 위에서 보내다 보면 생각들이 어느새 공기 중으로 휘발되었다.
지금도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 집 근처 헬스장에서 핏줄을 세워가며 무게를 드는 사람들. 공원과 한강과 트랙에서 티셔츠를 적셔가며 발을 굴리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나와 함께 땀을 흘리는 그대들. 우리의 목적은 각자 다를 것이고 혹은 별생각 없이 그저 부지런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수없이 흘린 땀은 소리 소문 없이 몸을 단련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 또한 자연히 강해질 것이다. 건강한 몸엔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니까.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나를 잘 알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십 대 초반엔 종이 한 장을 놓고 나에 대한 모든 것들을 적어보곤 했다. 장점과 단점.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사랑하는 것과 혐오하는 것. 지금 다시 작성하면 그때와 얼마나 다를지 조금 궁금해졌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숨이 멈추는 그날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누군갈 마주 보고, 대화하고, 싸우고, 안아주고, 표현하고, 응원하고, 서로 사랑하고. 나에 대해 더 잘 알아야 결국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아마 그렇게 빈 종이를 채우는 짓을 했는지도 모른다.
신체의 모든 부위는 기억할 가치가 있다. 모든 인간의 몸은 보존해야 마땅하다. 이토록 여리고 연약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올가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민음사(2022)
인간은 연약하다. 수많은 장기들이 서로 연관돼 있고 그래서 하나라도 고장 나면 골치가 아프다. 머리가 지끈거리면 오늘까지 해야 하는 일도 망치고, 발목을 살짝 삐면 출퇴근길 지하철을 타는 것조차 곤욕이다. 몸이 이렇게 연약하니 정신은 말할 것도 없다. 심신일여.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그러나 연약한 정신은 건강한 몸도 물렁하게 만든다.
나는 건강한 정신에 줄곧 관심이 많았고, 가끔 건강하고 가끔 연약한 몸뚱아리를 가졌지만 정신만큼은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줄곧 자부해왔다. 나를 잘 아는 것 또한 이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태껏은 타고난 기질, 새로운 환경에 들어설 때마다 늘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던 인복, 그리고 나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가족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그 이유라고 생각했다. 물론 주된 이유는 그렇지만 7년 전부터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지속적인 운동은 이를 더 극대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증명하듯 주위의 몸을 부단히 움직이는 무리들 중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내 삶의 단조로운 루틴 속에도 크고 작은 잡념은 항상 존재했다. 회사에서의 일과 주변 이들 간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 파장은 나의 단단한 루틴의 기반을 기어올랐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도 수천 년간 지속되는 물방울에 금이 가는 법이고, 나는 나의 기반이 흔들리기 전에 먼저 몸을 움직였다.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고 내리기도 했고, 숨이 넘어가도록 빠르게 달릴 때도 있었으며, 주변 소리와 풍경을 맞으며 느리게 달린 적도 많았다. 빠르게 달릴 때면 내 귀에 들리는 거라곤 오로지 요동치는 심장 소리라 머릿속에 들어오려던 잡념들이 들어올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느리게 달릴 때면 인자한 스님이 열어 놓은 사찰마냥 그것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오도록 가만두었고, 긴 시간을 그렇게 길 위에서 보내다 보면 생각들이 어느새 공기 중으로 휘발되었다.
지금도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 집 근처 헬스장에서 핏줄을 세워가며 무게를 드는 사람들. 공원과 한강과 트랙에서 티셔츠를 적셔가며 발을 굴리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나와 함께 땀을 흘리는 그대들. 우리의 목적은 각자 다를 것이고 혹은 별생각 없이 그저 부지런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수없이 흘린 땀은 소리 소문 없이 몸을 단련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 또한 자연히 강해질 것이다. 건강한 몸엔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