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이 날씨에 뛰면 죽는다 했는데?

권혁진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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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마라톤을 시작했다. 작년 말, 추운 날씨에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다니, 내가 아직도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래야 내가 목표로 한 마라톤이 모두 끝난 후 쓰게 될 마지막 글이 의미 있을 것 같다. 짧게나마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열심히 살았다. 흔히들 말하듯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살피지 못했고, 나 자신도 돌보지 못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고장이 났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도시 명상을 만났다. 동네 카페에서 처음으로 카페 사장인 '그림'과 '준보'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림은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손님을 "여기 동네 사람"이라며 소개해 줬고, 나도 인사를 안 할 수가 없어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 벽 한쪽에 붙어 있던 포스터에 눈이 갔다. 그렇게 나는 요가를 하고,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우연으로 시작되었다.

우연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준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우울과 늘 친구였다. 우울은 익숙한 것이었고,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집에 있는 내 자신이 너무 무서워졌다. 헛된 짓을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계속 걷고 또 걸었다. 걷다보니 생각이 좀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보미쌤‘이 도시 명상에서 수요일마다 서교동을 달리는 '일찍새', 그리고 토요일마다 달리는 '천천히'가 있다는 것을 알려줘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것이 나의 달리기의 첫 시작이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늦잠을 자서 롱패딩을 입고 달렸던 한강. "늦었네? 그래도 가볼까?" 하며 약속 장소로 가는 중 우연히 만나 합류했었다. 그때는 내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이 무거웠었다. 하지만 늦게라도 나와 달리기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업을 정리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고, 축소했던 사무실도 급히 정리했다. 사업을 정리하는 느낌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본 적은 없지만, ‘비슷한 느낌일까?‘ 생긱했다. 그래서 그런지 달리기가 더 좋아졌다. 무거웠던 사업의 짐을 내려놓으니 잊고 있던 꿈도 다시 떠올랐고, 그 꿈을 다시 꾸기로 다짐했다. 그 이후 나는 10K를 완주했고, 원하는 기록으로 들어와 처음으로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 이후 달리기는 내 일상이 되었다.

달리기를 하니 주변에서 "왜 이렇게 달리냐"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죽고 싶었는데 살게 해줬다. 달리기 좋아, 달려봐!" 나는 달리기와 요가가 나를 살렸다고 믿는다. 도시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달리기가 더 좋아지겠지?’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고, 감사한 응원을 받을 테니까. 내가 목표하는 하프 마라톤, 풀 마라톤 모두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나는 사실 내 꿈과 함께하고 있다. 내 꿈도, 마라톤도 모두 완주가 목표다. 결과야 좋으면 좋겠지만, 사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완주가 목표다. ‘완주’하는 것이 도시 마라톤을 하는 나의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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