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달리기'는 없었다.

장현수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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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 무혈성 괴사'

언젠가 부모님께 들은 단어다. 뭔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 단어는 태어나자마자 내가 앓았던 병명이다.


신생아 상태로 큰 수술을 몇 차례 받고 병원에서 어린 시절을 오래 보낸 결과로 약간은 불편하지만 감사하게도 걸을 수 있는 다리를 가지게 됐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오른쪽 다리에 보조 기구 같은 걸 착용했던 기억이 난다. 신고 다녔던 신발도 차이 나는 다리의 길이를 보정해주는 검은 구두 같은 못생긴 신발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 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신고 싶었던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게 되었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축구와 농구를 자주 했었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내 다리 길이는 4센티미터 정도의 차이를 가지게 됐다. 예전에 즐겨 했던 축구나 농구를 하지 않아도, 오래 걷거나 일을 하면서 무리를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다리를 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옆에서 같이 걷던 사람이 나에게 다리가 아프냐고 묻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내 다리 상태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됐다. 미련하게 오랜 시간 신경만 썼다. 다리 건강을 개선할만한 노력은 따로 하지 않았다.


당연히 운동과도 거리가 멀어지면서 안 그래도 정적인 내가 더 정적으로 생활하게 됐고 달리는 것보다 걷는 게... 걷는 것보다 앉아 있는 게 좋아졌다. 내 사전에 '달리기'는 없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도시 마라톤을 신청했다.

행복하게 달리는 도시명상 친구들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도 모르게 지워졌던 '달리기'를 다시 사전에 새기고 싶어졌나 보다.


이제 와서 달리는 게 상당히 어색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몇만 배로 힘들었지만 나도 천천히, 도시명상 친구들처럼 행복하게 달리고 싶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줄이고 조금씩 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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