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리는 마음에 대하여(2)

성산희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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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내가 새벽을 얼마나 좋아했고, 다시 되찾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나는 새벽에 달리는 걸 제일 좋아한다. 새벽녘에 눈을 떠 달리기를 시작할 때마다 늘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아침은 언제나 서서히 온다.’


어둠이 천천히 벗겨지고, 그 속에 가려져 있던 나무와 건물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새벽은 나에게 가장 고요한 시간이다. 그 고요 속에 스며드는 사람들의 숨결이 아침을 완성해 가는 듯하다. 


하늘은 수채화처럼 번지며, 짙은 남색에서 보랏빛으로, 다시 분홍과 주황의 물결로 차례차례 번져간다. 찰나의 순간, 햇살의 첫 손길이 가지 끝에 닿을 때, 비로소 아침이 온다. 나는 새벽과 아침의 경계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달리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아침의 모든 변화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 순간들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발걸음마다 무수히 많은 아침들이 쌓인다. 세상은 그렇게 서서히 하루를 준비하고 마친다.

아침도, 저녁도, 계절도, 누군가의 모습도, 지금의 나의 모습도 모두 서서히 찾아온다. 삶의 모든 변화는 그렇게 천천히 다가온다. 행복도, 불행도 갑자기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 서둘렀던 선택이나 늦은 결정에 대한 후회도 덜했을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모두 최선이었다.

이제 나는 그 모든 선택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그러니 앞으로 다가올 모든 처음과 변화도 사랑할 수 있기를. 우리 그러자. 서서히 다가오는 것들을 알아차리며, 최선을 다해 선택하자. 모든 처음과 변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택하자.

또다시 서서히 찾아올 행복과 불행이 있음을 잊지 말고.

지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달리자. 사랑하자.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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