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존재 화이팅!

권혁진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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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장 인상 깊은 말이 있다. “달리러 나갈지 말지 3시간을 고민했다.” 나도 장난으로 “3시간이요?!” 했지만, 공감이 간다. 그렇다! 달리러 나가는 건 귀찮다! 무엇이든 실행하는 건 귀찮은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꾸역꾸역 밖으로 나와 달리기를 시작하면, 놀랍게도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건 바로 ‘포기’다. 달리러 나왔는데 또다시 포기라니. 달리기는 정말로 힘든 행동일지 모른다. 나는 아직도 오래 달리는 건 힘들다. 그런데 나만 힘든 건 아닌 것 같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달리기는 원래 힘든 것 같다. 놀라운 사실은, 잘 달리는 사람들도 똑같이 달리면 힘들어한다. 모두 ‘터미네이터’ 같아 힘들지 않은 줄 알았다. 아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힘든데 그럼 왜 달리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오늘 다 같이 완주하는 모습들을 보니, 달리는 이유는 ‘혹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포기하지 않으려는 거구나.’ 아마 그런 마음이 사람을 계속 달리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봤다. 확신이 섰다. 모두가 ‘포기하기 싫어서 달리는 걸지도 몰라.’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처음 달리기를 할 때가 정확히 기억이 난다. 배가 무척이나 나왔었고, "이렇게 살 수 없어!" 이것저것 운동복과 운동화를 구매했다. 2020년 3월 24일, 집에만 있던 내가 스스로 나와 첫 달리기를 한 날이다. 달렸던 기록이 앱에 아직 남아 있어 살펴보니, 평균 페이스는 9’15’’, 6km. 지금 보면 웃음이 난다.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는 일주일을 채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다행히다. 작심삼일은 아니어서. 이때를 돌아보면 나는 정말 '쉽게 포기했구나'. 당시 나는 서울에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시작은 했고 책임져야 할 건 많았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지만, 사실 꿈과는 멀어지고 있었다. 아이러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목표로 과거, 그 시간 위를 달렸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멀리 돌아온 것 같지만, 이제 내 목표를 찾아 다시 달리는 중이다. 다행이다. 그래서 달리기가 더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과 함께 달리니 더욱더 힘이 난다. 오늘도 혼자 달렸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 그래도 옆에서 함께 발소리를 내며 “힘내!” 웃으며 달리는 사람들이 있어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내가 도시 마라톤을 하면서 가장 힘이 되는 건 함께 훈련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함께 달린다는 건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한 사람, 두 사람 모이기 시작하면,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생각보다 우리들이 정말 멋지다.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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